소설 '황진이' 저작권 소송을 바라보며 떠올린 몇가지 생각들...
남쪽에서 출간된 소설 '황진이'의 저작권 소송을 낸 北 작가 홍석중(64) 선생은 알려져 있다시피 대하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월북작가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손자이자 국어학자 홍기문 선생의 아들입니다.
그를 분단 사상 처음으로 지난 7월 열린 남북작가대회 때 평양, 백두산 등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홍석중 선생은 방북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황석영 선생과는 이미 친구지간이었는데, 황 선생의 방북기간에 北에서 교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석중 선생은 소설 '황진이'로 창비가 제정한 제19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남쪽에서 북쪽 작가에게 문학상을 준 것인데 참으로 의미있는 상이 아닙니까? 북쪽 작가에 대한 시상 자체만으로 통일에 대한 강한 열망과 의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어쨌거나 제19회 만해문학상 시상식이 이 글을 쓰는 날로부터 꼭 1년전인 2004년 12월 13일 금강산에서 열렸었죠. 그 때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홍 선생의 '입담'이 대단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참석한 남쪽 문인이 "남쪽엔 '황구라'(황석영)가 있고 북쪽엔 '홍구라'가 있다"고 해서 좌중을 웃겼다나요.
남북작가대회에서 만난 홍석중 선생은 과연 '홍구라'였습니다. 남북작가대회를 진행한 주역 중의 한 사람인 월북작가 전문연구자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00이는 내 막내동생이야"라며 혈육을 만난듯 친근감을 드러내더군요. 그런가 하면, 금강산 만해문학상 시상식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 어느 신문 기자를 발견하고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홍 선생은 "어이, 석영이"라며 황석영 선생을 스스럼 없이 호칭했고, 여기에 질세라 황 선생도 "어 그래 석중이"라며 반말로 받더군요. 사실 나이는 홍 선생이 두 살 위인데, 황 선생의 방북기간에 서로 '트고' 지내기로 합의(?)했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작가로 등단한 것은 황 선생이 빠르다고 하데요. 한마디로 두 분 모두 넉살이 넉넉하게 좋았습니다. 물론 주변의 눈초리 때문에 민감한 이야기는 서로 피했습니다.
백두산 아래 삼지연읍 가까운 곳에 있는 베개봉 호텔이 남북 작가들의 숙소였는데, 저녁 식사 후 잠시 호텔 앞마당에서 모여 '잡담'을 나누다가 기념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맨 왼쪽이 황석영 선생. 그 다음이 '벽초 홍명희 평전'을 펴낸 바 있는 벽초 연구가 강영주 상명대 교수(이 분은 올해 5월 작고한 여류소설가 전병순 씨의 외동딸입니다), 홍석중 선생, 그리고 그 옆이 필자 입니다.
사실 홍 선생은 베개봉 호텔 마당에서도 남쪽 기자들에게 할아버지의 저작인 '임꺽정'과 자신의 소설 '황진이'의 저작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 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도 저작권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홍 선생이 저작권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을 보면서 왠지 겉으로 드러난 문제보다 그의 속마음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선지 그가 저작권료 얼마를 달라고 했다거나, 남측의 출판상업주의를 비판했다거나 하는 것은 어쩐지 겉으로 내세운 그럴듯한 명분처럼만 보일 뿐입니다.
그 이면에는 "잊지마라! 우리는 한민족이다. 빨리 통일하자"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지 않습니까? 너무 순진하고 지나친 상상일까요? 이런 '불온한 상상'은 옛날 같으면......아!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오랜 기간 그런 시대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내부 검열'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됩니다.
북한 인권 문제가 남쪽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한쪽에서는 순수한 원조야말로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통일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 길이 지난하더라도 "어이, 석영이" "어이, 석중이"라고 부르며 분단의 세월을 옛날 이야기하듯 하며 살 날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여러부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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