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다방 전시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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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다방 전시회'를 아시나요 전북 전주 경원동 '삼양다방'에서 열린 원로 예술가 모임 '계절회'의 다방 전시회.//지방자치부 기사참조/사회/ 2005.12.15 (전주=연합뉴스) | |
전주 원로화가 `계절회'.. 삼양다방서
(전주=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한때는 다방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달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커피를 마시던 시절이 있었죠."
평균 연령이 73세인 '실버 화가' 12명이 모여 1960년대를 풍미했던 '다방 전시회'를 40여년만에 재연했다.
전북 전주시 경원동에 위치한 20여평 규모의 '삼양다방'이 13일부터 열흘 동안 간이 미술 전시관으로 변신한 것. 이 지역 원로 예술가 모임인 '계절회' 회원들이 올해로 결성 14년째를 맞아 그간 갈고 닦아온 솜씨를 뽐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정식 전시관처럼 눈높이를 고려한 작품 배치나 색감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명은 찾아볼 수 없다. 손때 묻은 벽지 위, 낡은 테이블 사이마다 한국화, 서양화, 서예, 사진 등 20점의 작품이 '아무렇게나' 놓여졌다.
"40년 전에는 전주 시내에 전시 공간이라고 해봤자 다방이 유일했죠. 등단 작가든 아마추어 미술가든 개인전이나 전시회를 열려면 다방부터 찾아다녀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는 전주에도 정식 미술관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러한 '다방 전시회'의 명맥이 점점 끊기기 시작했다는 것이 계절회 이용재(78) 회장의 설명.
"전시회를 시내에 있는 미술관에서 정식으로 열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이 한창 작품 활동을 펼치던 60년대를 추억하며 당시 '다방 전시회'를 재연해 보기로 뜻을 모았죠."
삼양다방 전시회는 40년전 모습을 그대로 되살렸다. 문 앞에 걸린 작은 팸플릿한 장으로 간판을 대신하고 미술 작품들도 거치대 없이 테이블이나 바닥 위에 비스듬히 세워 놓았다.
작품을 보러온 관람객에게도 엽차 한잔이 무료로 나온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을 때는 쌍화차나 유자차 등을 주문하면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갈 수 있다.
"당시에는 관람객들이 주로 커피나 쌍화차에 달걀 노른자를 띄워 마셨다"는 이 회장은 "지금도 원한다면 한 잔 만들어 드릴 수 있으니 거창한 전시회보다 차나 한잔 한다는 기분으로 들러주세요"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