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 여행기(10)
오늘은 1월 28일. 아침 새벽부터 강행군이다. 5시 기상, 5시 30분에 갠지스강으로 출발이다. 일출도 본다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끼었다. 1미터 앞의 사람이 안 보일 정도의 안개다. 일출은커녕 아무것도 구경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가로등이 있어서 버스는 앞으로 천천히 전진한다. 20여 분 후 갠지스강 근처에 왔다고 내리라고 한다. 5분 쯤 걸어가야 한단다. 시장인 듯한 곳을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펑 소리가 나면서 암흑천지가 된다. 변압기가 터진 것 같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 가지고 온 손전등을 켜니 조금씩이나마 전진할 수 있다. 조금 지나니 계단이 나오는데 안개에 젖어서 미끄럽다. 조심조심 불빛을 비추니 느리지만 천천히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웬 사람이 그리 많은지. 인산인해다. 거기다가 등불을 파는 사람은 어찌나 많던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같이 어울려 돌아가니 조금만 한눈팔면 동료를 잃을 것 같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며 배에 오르니 안심이 된다. 정전된 전깃불은 들어올 생각도 않는다.
배에 오르니 등불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이 등에 불을 붙여 소원을 빌면서 강에 띄우면 소원을 이룬다고 한다. 나는 이 등불을 강물에 띄우면서 올해 하는 일에 대한 결과와 가정의 행복을 빌었다. 많은 사람들이 띄운 등불은 강에 가득하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새벽이지만 가로등이 있어서 그런대로 갈만하다. 이후 정전되자 암흑이다>
<배에 올라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동료들>
갠지스강을 이곳 사람들은 “어머니의 강”이라고 한단다. 어머니처럼 어떤 것이라도 모두 감싸 안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시신뿐만 아니라 온갖 동물의 시신, 온갖 쓰레기, 온갖 빨래 등등 어떤 것이라도 모두 버려도 흔적 없이 처리해 주는 강이기 때문이란다. 특히 이 강 근처의 시장에서는 이 강의 물의 떠 갈 수 있도록 물통도 팔고 있다고 한다.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 물을? 내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를 이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등불을 강에 띄운 뒤 천천히 강을 거슬러 올라가니 강가에서 목욕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하고,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보이지는 않지만 .... 5분쯤 더 가니 어디선가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린다. “딱, 딱, 딱 .....” 무엇을 부러뜨리는 소리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시신을 불에 태운 다음 뼈가 덜 태워져서 잘게 부서지지 않으면 그 뼈를 잘게 만들기 위하여 뼈를 부러뜨리는 소리라고 한다. 그 소리를 듣는 여자 동료들은 소름이 돋는 듯 아무 소리도 없다. 사진은 촬영 금지란다. 그리고 그 시신을 태운 쓰레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그대로 강물에 버린다고 한다. 시신을 태운 쓰레기를 .....
그 화장장을 지나니 그 바로 옆에 빨래터가 있는데 네 사람이 부지런히 빨래를 돌에 내리치고 있었다. 시체가 버려지는 옆에서 시체를 씻고 버려진 물에 빨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을 켜고 기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여인>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불과 10여 미터 앞에서 이루어지는 광경이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빨래 방망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빨래를 돌에 내리쳐서 행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이용하여 빨래를 한 옷들은 빨리 못쓰게 된다고 한다.
이 때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버려진 시신의 궁둥이와 발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시신이 통째로 버려진 것은 병든 시신이거나 사고로 죽은 시신이거나 어린아이 시신일테니 놀랄 만도 하다. 아직 아침 식사 전인데 ... 어떻게 식사를 할런지 걱정이다. 그 뿐이랴. 몸을 돌리니 염소의 시체도 떠내려간다. 다행인 것은 안개가 끼어 희미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내가 의문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이런 물을 음료수로 사용하고 있는 인도인들의 사고인 것이다.
옆을 보니 유람선인 듯한 배가 화려한 장식을 하고 멈추어 서 있다.
<갠지스강에 있는 관광선>
낮에는 관광객들이 이 배를 이용하여 관광을 즐긴다고 한다. 일출을 구경하려 했지만 안개에 묻혀 포기하고 돌아선다. 강가에 다다르자 그 강물에 목욕하는 사람, 양치를 하는 사람,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체가 떠내려가는 지점에서 불과 10여미터 안팎의 곳에서 .....
배에서 내리니 안개는 끼었어도 앞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다시 뒤돌아보니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뭍에 오르자 걸인들의 행렬이 또 이어진다. 계단마다 한 사람씩 차지하고서 ....
서둘러 빠져나오는 시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캄캄할 때는 좁은 골목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딴판인 큰 시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갠지스강 근처의 상가>
<소들이 먹이를 찾아 쓰레기 통을 뒤지고 있는 모습. 이런 소들은 거세된 소이다>
대부분이 이 강에서 행해지는 행사와 관련된 상품을 파는 곳이었다. 시장을 지나면서 보니 바닥에는 동물들의 배설물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이곳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갠지스강을 나오니 제법 큰 시장의 모습이다.>
시장을 빠져나오니 상점들이 있는 거리가 나온다. 한 쪽 구석에는 노숙자인 듯한 걸인이 거적을 머리까지 덮어 쓴 채 잠들어 있다. 이런 사람들이 기온이 떨어지면 저체온 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죽는 사람들이 일 년에 수백 명씩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인구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부류라서 인도 정부에서는 거리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거리를 지나 버스에 오르니 7시다. 호텔로 돌아가 식사를 하는데 도무지 밥맛이 나지 않는다. 모두 그렇단다. 빵 한 조각에 잼을 발라 간단히 식사한 후 떠날 준비들을 하고 9시에 집합한 후 출발이다. 바라나시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많은 의문을 남긴 도시이다.
<걸인이 길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제 레와성으로 향한다. 본래는 알라하바드로 이동하여 야무나강과 갠지스강이 만나는 삼각주 행사장과 네루의 생가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차가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라고 하여 레와성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특히 정세가 불안한 나라라서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레와까지는 200킬로미터 정도 가야 한다고 한다. 여러분들이 상상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까 상상해 보자. 실지로 점심 식사 시간 포함하여 10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것도 고속도로를 달려서 ...
<인도의 고속도로 상황. 고속도로가 아닌 듯하다.>
인도의 가로수에는 흰색 바탕에 가운데에 빨간색으로 칠한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인도에는 큰 도시 이외에는 가로등이 없기 때문에 야간 운전 시 그것을 보고 길 안내를 받는다고 한다. 이러하니 이정표라는 것은 있을 리 없다. 이 표시는 본래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당시(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표시해놓았던 것이 지금도 그 맥을 이어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인들이 인도를 방문하고 놀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인들이 이 표시를 하게 된 것은 앞으로 이 정도의 길로 확장하겠다는 표시였다고 한다. 그런데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거리의 폭이 그대로라는 것이다. 단지 달라진 것은 가운데 일차선 정도의 크기로 도로 포장을 한 것뿐이란다.
<인도의 가로수에는 대부분 이런 모양의 색을 칠해져 있다.>
따라서 인도에서 배낭여행을 하려면 철저한 사전 지식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인도에서 배낭여행을 하고 나면 세계 어느 나라도 여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만큼 여행객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을 안기는 곳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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