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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학습이 필요해요

하얀제비 2006. 3. 18. 10:19
밀고 당기는 연애도 학습이 필요해요

우리 주변엔 모든 영화가 ‘안 봐도 비디오’인 분들이 계십니다. 세상사에 삐딱선을 탄 것도 아니고 ‘기어코 손봐 줄 년(놈)’이 있는 것도 아닌 탓에 아침 밥숟가락 들 때부터 걍 시들합니다. 워낙 산전수전에 스토리보드가 훠~언 하신 분들이죠. 임경선 씨가 쓴 책 ‘연애 본능’(더북컴퍼니)에 나오는 비(非)연애체질이신 분들입니다.

‘비연애체질은 평소에 줄곧 광만 파는’ 분들이랍니다. 어쩌다 해보는 연애에 “밀고 당기기는 해야 되는 건가요? 한다면 어떻게 하는 건가요?”라며 우왕좌왕합니다. 숱한 매뉴얼을 뒤적이고, 수다 친구들의 참견을 받아내다가 결국 포기합니다. 이렇게 골치 아플 바엔 차라리 혼자 살겠다, 라며 당장 헬스나 요가학원에 주말 등록하시는 분들이죠.

임경선 씨의 책은 그런 분들에게 다가가서 심금(心琴)을 튜닝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난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할 것”이라고 고집 피우는 빵집 주인인가요? 토핑이 얹힌 예쁜 케이크와 경쟁하기 위해서, 맛만 고집하는 찐빵은 필패(必敗) 코스라는 걸 모르시나요? 그래서 저자는 ‘풍만한 가슴을 평범하고 무채색의 상의로 가린 채, 그곳을 그저 부끄러운 곳으로 생각하는 여성은 절대로 멋있는 남성을 만날 수 없다. 자신감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라고 기치를 올립니다.

저자는 매우 실용적인 가이드 팁을 날립니다. ‘아웃 오브 마이 리그’의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들에겐 각성하시라고 충고합니다. 어떤 술모임에건 입술 끝을 손톱으로 거만하게 콕콕 찍으며 이렇게 비음(鼻音)을 풀어놓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쏠찌키 말해 난 메이저 리그인데, 마이너 리그인 당신들과는 직장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섞여 있어.” 외국계 일류회사에 다니거나 해외 출장이 잦은 여성 가운데 이런 분들이 많다는데요, “대한민국 남성 전체를 마이너 리그로 보는” 여성군(群)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런 독신 여성들에게 저자는 ‘서른여덟’이 고비라고 금을 긋습니다. 그 마지노선을 넘어서면 소개시켜 주고 싶어도 남자가 없다는 겁니다. 연애에는 시간제한, 유효기간, 공소시효가 분명하다는 유권해석인 셈이죠.

남자들은 체온 유지가 더딥니다. 뜨겁게 미쳤다가 일단 그녀의 너른 대지에 안착을 하면 일시적인 체온 하강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걸 못 견디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 사이를 못 참고 다른 남자에게 옮겨 가서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려 하죠. 그 분들은 열정을 숙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모하는 것입니다. 남자를 놓고 새 여자와 헌 여자가 대결하면 대개의 경우는 새 여자가 이긴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입니다.

반대로 저자는 조심할 남자 목록도 보여줍니다. 첫눈에 쏙 들어오는 트렌디한 가이가 나타나면 정말 연애한다는 실감이 날 것이지만 드라마 촬영은 결코 한두 달을 못 넘길 거라고 충고합니다. 특히 ‘남자들의 갭’에 넘어가지 말라네요. ‘겉으로는 멀쩡하고 깔끔하고 적당히 야망도 있는 엘리트지만 프라이버시에서는 어리광도 많은 장난꾸러기 같은 소년!’ 그 갭에 깜빡 넘어가지 말랍니다. 그런 타입은 감정이 식으면 차가운 엘리트의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 간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자는 연애란 회전 초밥과 같다고 말합니다. ‘더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는 초밥을 기다리다가는 한 바퀴 도는 사이 저 건너편 여자가 채간다. 그리고 내 앞으로는 한번 더 돌고 온 초밥이 다시 지나간다.’


 

김광일 ki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