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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재앙이 시작됐다

하얀제비 2007. 6. 12. 16:30

꿀벌의 재앙이 시작됐다

 

폐사로 생태계 파괴...없어지면 4년 내 인류 멸망

 

 

▲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곤충 3부작 중 하나인 벌.  ⓒ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환경위기론의 대두와 함께 인간에게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 유럽지역, 남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꿀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농가의 피해는 물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27개 주의 양봉장에서 벌들이 사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이른바 꿀벌집단붕괴 현상이 잇따라 일어났다. 미국 양봉업자들이 키우는 꿀벌 4마리 가운데 1마리가 없어진 셈이다. 다만 곤충학자들은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농약과 같은 살충제가 주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특히 꿀벌의 집단괴사는 캘리포니아 주 지역에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최대의 농산물인 아몬드를 포함해 복숭아, 블루베리 등이 꽃가루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 생태계 전반에 위협이 되고 있는 것. 게다가 고온 건조한 최악의 조건으로 물 부족 현상까지 겹치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 꿀의 90%가 야생 화초로부터 생산되고 있는데,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야생 화초가 더 이상 번식하지 못하면서 꿀벌의 수도 급감하고 있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의 꿀 생산량은 230만 파운드에 달했지만 올 여름에는 5만 파운드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 몬태나주의 경우는 벌집의 75%가 파괴된 상태다.

이런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 벌떼 폐사 현상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은 물론이고 작년부터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이탈리아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 중이다. 이탈리아 농민연맹(콜디레티)은 북부 이탈리아를 휩쓸고 있는 `벌떼 폐사 장애(CCD)'와 관련,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의 생존 기간은 4년이 넘지 못할 것"이란 말을 인용하면서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CCD의 발생 원인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농약 사용과 관련된 화학 물질 혹은 휴대전화 전파, 이상기후 변화 등으로 추정, 조사를 진행 중이다.

콜디레티는 모든 농작물의 3분의 1은 곤충의 수분을 통해 이뤄지며, 그 가운데 꿀벌이 수분의 80%를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이탈리아의 2천500만 유로 규모의 벌꿀 산업뿐 아니라 사과, 배, 복숭아, 체리, 멜론을 포함한 대부분의 과일 재배가 황폐화될 것이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식물이 황폐화되면 식물을 주식으로 먹고사는 쇠고기 생산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결국 인간생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꿀벌 개체수 급감위기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유지가 힘들어진 양봉농가들이 대거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농약 사용과 온난화 그리고 국내 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카시나무의 ‘황화현상(나뭇잎이 누렇게 변해버리는 현상)’이 주원인. 국립산림과학원 ‘아카시나무 황화피해 원인 규명’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2005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3.76℃로 1960년대(1961∼1970년) 12.74℃에 비해 1℃ 가량 상승했다. 온난화 현상으로 봄·가을의 실종, 강수량 부족 등의 이상 기온 현상들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꿀 생산량은 1만9천654톤으로 2003년 3만353톤에 비해 35% 이상 감소했다.

아직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꿀벌은 꿀을 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곤충이다. 1983년 미국 곤충학자 레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꿀벌의 화분 매개에 의한 효과는 과실 생산 33억달러, 종자와 건초 생산 84억달러, 육류와 우유 등 낙농제품의 간접생산 71억달러로 미국에서 얻어지는 전체 양봉산물 1억3천만달러의 143배에 이르렀다.

▲ 모리스 메테를링크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모리스 메테를링크가 20년간 꿀벌 생활상을 관찰하고 쓴 책인 '벌'이란 책에서 "벌들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불가사의한 부분의 복사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과 비슷한 문명 수준에 다다를 수 있었던 유일한 생물이 바로 꿀벌이라고 주장한다.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가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맞지 않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명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문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