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공간━━…•♡/정서의 나래

[스크랩] 요새 내 아내가 아픕니다

하얀제비 2006. 10. 16. 09:08

 

 

요새 내 아내가 아픕니다

 

                                                                                

 

요새 내 아내가 아픕니다.

 

몹시 아프답니다.

 

밤마다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나도 몸이 아픕니다.

 

마음이 더 아픕니다.

 

 

올 봄엔 내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아내가 울며불며 하더니,

 

이번엔 아내가 아파서

 

밤새껏 내 속을 흔들어놓습니다.

 

 

재작년에 내가 탈장수술을 하니까

 

작년에 아내가 자궁(子宮)을

 

죄다 도려내는 수술을 하더니,

 

 

올해는 한꺼번에 우리 부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입원(入院)을 하는군요.

 

 

누가 우리 보고 쉰 세대(世代) 아니랄까 봐

 

온몸이 고장 나서 병치레를 하나 봅니다. 

 

 

서른 중턱에 만나

 

마흔 살이 넘을 때까지

 

 

늦둥이로 아이 셋을 낳아 기르며

 

그 동안 참 정신 없이 살았는데,

 

 

이제 겨우 오순도순 살 만하니까

 

병원 출입하느라 다시 정신이 없군요.

 

 

그 동안 남편 때문에 속을 무척이나 태웠는지

 

얼마 전 병원에서 위염과 위궤양 진단을 받더니

 

 

이번 추석 지나자 내 아내는 병원에서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는 것입니다.

 

 

, 내 아내는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도 않는

 

여필종부(女必從夫)를 몸으로 실천하려나 봅니다.

 

 

어제부터는 아내가 걸음을 제대로 못 걸어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의사(醫士) 선생님 왈(曰),

 

 

아내 몸에 있는 분비물(分泌物) 샘이 막혀

 

하체(下體) 한 곳에 고름이 꽉 찼다는 것입니다.

 

 

나는 하루 종일 아내의 고통과 동참하느라

 

오늘이 바로 외사촌 동생이 며느리를 보는 날이건만

 

결혼식장에는 가지도 못했습니다.

 

 

내가 외아들이라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내 피붙이

 

외사촌 동생의 경사(慶事)였지만

 

외갓집 식구들에게 내 우울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요.    

 

 

오늘이 토요일이라 월요일 즈음에

 

어쩌면 내 아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나 봅니다.

 

 

아이 셋을 제왕절개(帝王切開)로 낳은 내 아내는

 

작년에 자궁 제거 수술을 두 번에 걸쳐 받았는데

 

 

내일 모레 생애통산(生涯通算) 여섯 번째

 

수술을 받을지도 모르니,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이란 말입니까.

 

 

자궁암(子宮癌) 때문에 수술 받을 때도

 

남편 애간장을 다 태우더니

 

 

내 아내는 이번에도 또 병상(病床)에서

 

이 지지리도 못난 남편에게

 

사랑의 업그레이드(upgrade)를 받아 보려고

 

저렇게 몹시 아픈가 봅니다.

 

 

환부(患部)에 꽉 찬 고름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아내 때문에

 

 

나는 지금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의 신음(呻吟)소리만큼

 

내 마음도 아픕니다.

 

 

평소에는 무심(無心)하였다가

 

아내가 병상(病床)에 드러누워야

 

 

비로소 아내에 대한 연민(憐憫)과

 

사랑을 느끼고 허둥지둥하니

 

 

나는 참 나쁜 남편입니다.

 

전형적 쉰 세대(世代) 남편입니다.

 

 

나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오늘, 시월의 두 번째 토요일 밤을

 

 

아내의 병상(病床) 곁에서 지새우며

 

내내 반성(反省)하렵니다.

 

 

아아, 천성(天性)이 밝은 내 아내는

 

분명코 병마(病魔)를 떨치고 일어나

 

 

무심했던 남편의 허물을 용서하며

 

나를 살포시 안아 주리라 확신합니다.

 

 

 

2006 년 10 월 14 일 밤 23 시

 

 

                        

출처 : Noddle글밭
글쓴이 : noddle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