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와서 아내가 내가 물어보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안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전문의와 상담하고 나서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전문의는 아내의 청력을 진단하고 난 후에 처방을 할 수 있으므로, 우선 집에 가서 아내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부터 못 알아듣는지 테스트를 해보라고 했다.
그 날 저녁 아내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난 곧 현관문에서부터 아내를 테스트하기로 했다.
<현관>
나: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응접실 입구>
나: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부엌 입구>
나: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아니, 도대체 여기서도 안 들린단 말인가?" 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내의 귀가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난 천천히 아내 곁으로 다가가서 아내의 등에 손을 살포시 얹으며, 최대한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여보! 오늘 저녁 뭐지?"
그 때, 아내가 갑자기... 홱~ 돌아서면서...
"도대체 내가 칼국수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듣겠어!
도대체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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