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손 2편!! <펌>
스벤 예란 에릭손이 a) 욕심이 많지 않거나, b) 멍청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둘 중의 하나 만이라도 제대로 됐다 하더라도 이번 ‘가짜 셰이크’ 사건엔 걸리지 않았을 거라고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가짜 셰이크’ 코너는 그 신문 만의 독특한 취재 코너로 ‘위장 전술(?)’ 취재 기법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터이고, 거기에 ‘딱’ 걸려 이 얘기 저 얘기 술술 풀어대지만 않았어도, 그 기사는 빛도 못보고 사라졌을 거란 얘깁니다.
‘가짜 셰이크’로 유명해진 마제르 마흐무드 기자의 위장 취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동안 주로 왕실에 접근을 해서 기사를 써왔는데, 작년엔 프린세스 푸쉬(pushy·잘난 척)로 알려진 마이클 오브 켄트 공주에게 접근, “교주(셰이크)를 위한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잘난 척 공주님은 그가 가짜인 줄 전혀 모르고 “오호호호, 문제없어요. 한 시간 강연에 2만5000파운드(4800만원정도) 내세요”라고 말했다 망신당했죠.
그리고 또 2001년에는 워섹스 백작부인(countess of wessex)인 소피에게 접근해 자신의 시어머니(여왕)에 대해 ‘늙은이’로 칭하게 하고, 블레어 총리의 부인인 셰리에 대해 “아주 아주 끔찍, 끔찍, 끔찍(horrid)하다”는 말을 끌어냈죠.
하여튼 잉글랜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글이 더 타임즈에 실렸네요. 타블로이드의 취재 관행이라는 건 찬성할 만하지 못하지만(근데, 영국에서 보면 이런 황색 저널리즘과 사생활 침해는 아주 빈번한 일이죠), 선수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배려만 좀 더 있었더라도, 이런 일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거죠.
예전 스캔들이 났던 율리카 욘슨이라는 방송인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아~~~~~주 사적인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얘기로 남아있길 바랍니다”라며 점잖을 빼더니, 선수들의 사생활은 그리 까발려도 된다는 건지... 라는 겁니다. 무리뉴 감독과의 비교도 그래요. 진정 능력있는 감독은 그가 따낸 트로피로 말할 수 있는 것이지, 그의 은행 통장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입금되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요.
'더 타임스'의 한 마디를 보실까요.
-정말 에릭손이 잉글랜드 국가 대표 감독으로서 100% 성심성의껏 임하고 있다면 이런 가짜 셰이크 사건에 걸리지도 않았을 거다. 처음부터 두바이 같은 덴 가지도 않았을 거고. 월드컵을 대비하느라 그런 데 쓸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런 요구를 들었다 해도, 월드컵에 전념하느라 다른 데 신경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거란 말이다.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대답했겟지. “지금은 말고, 월드컵 끝난 이후에 불러주세요. 전 할 일이 있답니다.”--
왜 이렇게 미운 털이 박혔나,,, 하면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죠. 정말 ‘스캔들 메이커’가 따로 없어요.
잉글랜드 감독이 되고 나서
-2002년 4월 : 부인 낸시 델올리오를 두고 율리카 욘슨이라는 방송인과 바람을 피게 되죠. 나중에 그녀의 자서전을 통해 스벤과의 정사가 자세히 소개돼 덜미를 잡힙니다.
-2003년 7월 :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만나고 있는게 딱 걸립니다. 그냥 친구들끼리 차 한잔 했다고 잡아뗐죠.
-2004년 3월 : 첼시 사장인 피터 캐년과 은밀히 만나는 게 파파라치에게 포착. 놀란 FA는 그에게 2008년까지 400만 파운드를 줄테니 더 맡아달라고 애원(근데 간이 배밖으로 나온 스벤, 500만 파운드로 올려받습니다. @.@)
-2004년 7월 : FA 비서인 파리아 앨럼과의 정사를 결국 시인.
그 외에도 2001년 쯤 맨유 감독이 되려고 손을 쓴 적이 있다고 합니당...
그리고 1편에서 말씀 드렸던 편지 사건입니다. 더 타임스는 이번 일로 아주 경악한 건지, 아니면 시쳇말로 에릭손에게 학을 뗀 건지, 원래 악감정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단짝 친구 토드와의 편지를 전했네요. ‘가짜 셰이크’ 사건을 ‘패러디’ 해서 말입니다(그러니까 밑의 내용이 진짜는 아닙니다). 이렇게 완전 놀림감으로 만들어버리는 거 보니까 정말 싫었나봐요^^;;
앨럼// 낸시
from : 스벤
to : 토드
제목 : 나 어째..
요즘 미치고 돌아가시겠어. TV에서 매일 밤마다 내 사랑스런 여인들중 하나였던 사람이 더러운 감독 같은 데 다른 놈들이랑 며칠 동안 갇혀 있는 걸 보니 말야. 내 사랑 파리아 앨럼양이 빅 브라더 쇼에서 죠지라는 이름의 뚱뚱한 중년 대머리 자식이랑 같이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보니 아주 역겨워 죽겠어. 게다가 영국 신문에선 온통 내가 아랍 왕자 한테 ‘나 감독 하겠소’라고 했던 말이 아주 까발려 있어. 그니까 일주일에 백만 파운드 주면 아스톤 빌라를 맡겠다고 한 거 말야.
from : 토드
to : 스벤
제목 : 멍청한 것...
스벤, 너 정말 바보 아냐? 아니 너 그 야부티라는 셰이크가 가짜인 걸 어찌 몰랐지? 넌 아무나 선탠하고 흰 옷 두르고 머리에 뭐 쓴다고 개나 소나 다 술탄인줄 알았어?
from : 스벤
to : 토드
제목 : 옷 말야?
내가 그동안 본, 선탠하고 벙벙한 옷 입고 모자 같은 거 쓴 사람은 데이비드 베컴 뿐이었어.
from : 토드
to : 스벤
제목 : 비난
난 그냥 너의 에이전트를 원망할 뿐이야. stupid Athole(아톨 스틸이 본명인데 athole이 asshole 같은 느낌을 주는 데 착안)
from : 스벤
to : 토드
제목 : 언어
힝... 그렇게 심한 말을 할 필요까진 없었잖앙
from : 토드
to : 스벤
제목 : 나중일
네 앞날에 대해 좀 조심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잊지마. 내일 버밍엄에서 아시아 사업가랑 점심 있다는 거. 이번엔 괜찮을 거야.
from : 스벤
to : 토드
제목 : 비누덩어리
나 가야 겠어 토드. 빅 브라더 봐야 되거든. 파리아가 주방에서 고무장갑끼고 거품질하며 바보 취급 받고 있어. 내일봐.
p.s : 버튼 알비온은 오늘 아쉽게 됐어요. 그래도 나이젤 클러프 감독 말 대로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였을 거에요. 오늘 비록 팀은 졌지만(5대0. 우우~ 그 미소년 골키퍼 어떡해요.. 감독이 골키퍼 코치한테 농담삼아 오늘 디니(골키퍼 이름)가 골 많이 먹으면 반쯤 죽여놓을 거라 협박했다는데..^^;;) 선수들이나 관중들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듯... FA 컵이기 때문에 티켓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아 버튼 원정 팬들이 만명도 넘게 왔대요. 경기 끝나고 나서도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선수들을 끝까지 응원해 주더군요. 응원가도 부르고... 꼬맹이서부터 나이든 노인까지, 버튼 유니폼을 입고, 버튼 머플러를 두르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