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블랙힐스의 숨은 비경 스피어피시 캐년, 그리고 악마의 탑

하얀제비 2007. 8. 2. 13:24

러시모어에서 대통령 큰바위 얼굴과 크레이지 호스 상을 보면서 문득 배타적인 두가지 아이콘, 즉 숙적인 백인과 인디언의 아이콘이 같은 지역에 위치한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인디언 문화의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러시모어 산 근처에 그것보다 5~6배나 큰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을 건축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안내인은 그런 상징적인 의미는 없다고 단언하더군요. 크레이지 호스가 블랙힐스에 서게 된 것은 블랙 힐스가 그들의 성지였기 때문일 뿐이라는 겁니다.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을 뒤로 하고 악마의 탑, Devil's Tower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에서 데블스 타워로 가는 길에 뜻밖의 절경 스피어 피시 캐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여행 중에 시닉 드라이브(scenic drive) 혹은 시닉 바이패스(scenic bypass)를 만난다면 시간을 내서 들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도로들은 주로 절경 주변을 완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관광용 도로인데 숨어있는 멋진 경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입구의 작은 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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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구불구불 계곡길을 따라 유유 자적하게 이어집니다. 중간 중간 규모는 작지만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짙은 수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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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계곡 여행은 물속에 발을 담그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되죠? 염치불구하고 샌들을 신고 계곡 속으로 들어가 봤죠. 한여름인데도 무지하게 차갑더군요. 1분을 버티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미국인들은 차에서 내려 사진한장 찍고는 휭하니 사라지더군요. 계곡 여행의 진수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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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 피시 캐년의 역사는 그랜드 캐년보다 6배나 더 오래됐다고 하네요. 그러나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습니다. 전체 거리도 약 20킬로미터 정도. 경치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차를 몰아가면 한시간 정도 걸립니다. 별로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그만큼 더 인상 깊었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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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 피시 캐년 시닉 드라이브가 끝나고 두시간 정도 더 달려가면 데블스 타워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자동차 기름이 떨어지는 바람에 노숙자 될 뻔 했습니다. 에어콘도 꺼버리고 서행운전 하며 진땀을 뺐죠. 데블스 타워 아래쪽에 허름한 주유소 없었으면 큰 낭패볼 뻔 했습니다. 미국에서 100킬로미터 정도 주유소 없이 도로가 이어지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더구나 이런 곳은 전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기름이 3분의1 아래로 떨어지면 즉시 주유소부터 물색해야 합니다. 설마 설마 하다가 봉변하는 건 한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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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 속에 기둥처럼 우뚝 솟은 봉우리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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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바라본 데블스 타워의 모습입니다. 타워 중간에 개미처럼 매달려 올라가는 암벽 등반가들도 있더군요. 압도적인 크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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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타워 주변을 한바퀴 도는 산책로가 공원 안에 조성돼 있습니다. 이 산책로를 따라가면서 몇몇 감상 포인트에서 타워의 전체 모습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돼 있더군요. 미국 국립 공원이나 모뉴먼트 등은 대부분 이런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러시모어 산의 대통령상도 마찬가지 입니다. 산 주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산책로 아래에서 바라본 데블스 타워의 모습. 한마디로 웅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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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오면 반드시 비지터 센터 혹은 안내 센터에 들러야 합니다. 공원에서 근무하는 레인저(ranger)들은 매우 친절해서 어떻게 돌아보면 좋은지, 자세히 가르쳐 줍니다. 어린이를 위한 무료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어른들도 배울만한 점이 많습니다.

예를들어 타워 아래의 나무 둥치 중에 껍질이 벗겨진 것들이 많았는데, 처음엔 무심코 지나갔지만 아들녀석과 함께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 책자를 읽어보니 고슴도치들이 나무 껍질 아래의 맛난 부분을 까먹은 자국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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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블스 타워를 떠나는 길에 다시 만난 프레리 독입니다. 끝없는 평원 위에 놈들의 거대한 군락이 조성돼 있더군요. 프레리 독의 천국입니다. 안내문에 먹이를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놓았더군요. 귀엽다고 먹이를 내밀면 인간에게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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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탑을 뒤로 하고 방향을 와이오밍주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잡았습니다. 일정 탓에 리틀 빅 혼 전투 기념공원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영 아쉽네요. 고속도로 위에서 만난 선댄스 시티에 들러보지 못한것도 아깝습니다. 선댄스 시티는 유명한 서부영화 '부시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의 선댄스 키드가 태어난 곳입니다.  둘다 전설적인 은행털이범들이었죠. 선댄스 시티에는 선댄스 키드의 기념 박물관이 있다고 하네요. 사실 이곳에 선댄스 키드의 고향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고속도로 상에서 12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안내판을 보고 잠시 망설였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래는 부시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영화 포스터 입니다. 테마곡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영화보다 더 유명하죠? 그런데 이 영화가 어떻게 우리 나라에서는 '내일을 향해 쏴라'라는 제목으로 둔갑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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